어떤 이는 꿈속을 헤매다 생을 마감하고, 어떤 이는 꿈을 현실에서 이루고, 어떤 이는
꿈조차 꾸지 않고 현실에 얽매이며 살고, 어떤 이는 현실에서 탈피해서 생을 마감한다.
우리는 어떤 생을 살아야 할까? 인생은 영원한 미로 같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처럼, 찰나의 인생이라 볼 수 도 있고, 길다면 긴 인생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인생을 얼마나 알차고 보람되게 보냈는가가 그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인생을 사는가? 그것도 역시 답은 없다.
어떤 이는 신에게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혹은 예술에서 그것을 찾고, 사랑에서 그것을 찾고,
재물에서 찾고, 건강에서 찾기도 한다. 역시 답은 없다.
떠남이란 나 자신의 영혼을 찾아 떠나는 길고 긴 인생의 사막 길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
아름다운 꽃 봉오리가 아닐까.
5년 전에 갔던 두바이의 환상을 다시 보게 되는 첫 날, 수줍은 처녀처럼 싱그러운 설레임이었다.
7개의 부족이 각각 독립해서 연합해서 만든 아랍에미리트라는 나라의 상징인 버즈 알아랍호텔을
보았던 그 샴페인 같은 신선한 상쾌함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 까?. 혹시 오랜 시간이 지나
그 빛을 잃어 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뒤섞여 마음이 약간 심란했다.
옛 애인을 세월이 흘러 다시 보면 아니 본 것만 못하다는 실망감이 드는 것처럼 그런 심정이
었다.
처음에 간 곳은 저번 방문 때 그냥 스쳐 지나갔던 두바이 박물관이었다. 약간 앙드레 김같은
남자 가이드가 나타났다. 인솔자는 신현준 같은 날카로운 눈매에 씩씩한 남자같은 모습이라면
두바이 가이드는 약간 여성스러웠다. 사막의 모래바람보다 사막의 더위에 영향을 받아서
여성스러움이 묻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역시 역사가 짧은 두바이의 박물관은 평범 그 자체
였다. 두바이의 환상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 없는 박물관이었다. 그러나, 박물관 지하는
놀랍도록 아랍의 문화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겉에서 보기에는 조그마해도 지하는 미로처럼
그 당시 가게나 차 마시는 모습 등을 밀랍인형을 통해 재현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
두바이 예전 시장거리를 들어가자 직물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예전엔 문전성시를
이루었겠지.......
시장을 나오자 강을 건너기 위해 수상택시인 아브라를 타게 되었다. 잔잔한 강에 많은
배들이 떠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연상시켰다. 사막에선 물처럼 귀한 것이 없다고
하는 데, 두바이에서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 강 주변엔 고층건물들이
서로 키를 재듯이 높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서있는데, 한 건물에 LG마크가 우리를 반기며
웃고 있었다. 두바이의 가전시장을 제패하려는 듯이 자랑스럽게 서 있었다.
건너편에 내리자 주로 건어물과 후추같은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이슬람 시아파의 예술적인 모스크를
잠시 둘러보고, 금 시장을 갔는데,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가게에 엄청난 크기의 금 장식품이
있었고, 그 가게 안에는 보안요원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었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아래 주메이라 모스크를 보러 갔다. 미나렛이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이
멋지게 펼쳐져 있지만 아무리 두바이라 하더라도 터키의 거대한 거미같은 모스크를 능가하기엔
너무나 부족했다. 세계 최대 세계 최초의 경이적인 기록을 탄생시킨 두바이지만 한 때는
경제 위기로 형인 아부다비의 도움으로 다시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 두바이.
우린 이런 것을 보면서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자주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잊고 살 때가 너무나 많다.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전혀 잊고 살다가 등산하다가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끼고,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을 잊고 살다가 나이가 들면서 그 사랑을 느끼고, 친구나 연인과 헤어지고 난 뒤의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살아간다. 형만한 사람은 없다.
주메이라 모스크에서 나오자 몸체가 긴 흰색과 검은 색의 차량이 이 연달아 지나간다.
아마도 결혼식이 있었나 보다. 이 부부도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기를 바래 본다.
다음에 간 곳은 코발트 블루에 빛나는 해안가에 돛단 배처럼 서 있는 호텔을 다시
보게 된다. 바로 두바이의 신화를 연 첫 건물이자 상징이 된 버즈 알 아랍 호텔이다.
버즈는 탑, 알은 보통 정관서 THE 라는 의미인데, 여기선 of의 의미이다.
5 년의 세월 속에 그 환상적인 모습은 약간 빛을 잃어버렸지만 그 위용은 아직도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해안 가에서 다시 차를 돌려 버즈 알 아랍호텔 정문으로 다시 가서 보니, 물고기의
배 같은 흰 모양의 호텔이다. 파란 하늘과 호텔의 흰 몸체가 절묘한 대비를 이뤄
페르시아 만을 향해 아니 세계를 향해 두바이의 신화를 찬양하고 있는 것 같다.
호텔 우측엔 와일드 와디라는 물놀이 공원이 암벽 사이에 우람하게 서 있고,
그 앞 주차장엔 닛산 택시와 캠리 택시가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향상되어 소나타 택시와 K7 택시가 두바이의 주차장을 점령하길
기대해 본다. 예전 방문 시에 공사 중이던 팜 아일랜드가 드디어 거의 완공이 되어
인공 섬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들어가지만, 모노레일이 팜 아일랜드
곳곳을 운행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주변에 별장을 스치며 한참을 들어가니, 끝부분에
별주부전에 나오는 용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린 해저 도로를 지나서 드디어
용궁을 무사히 통과해서 아틀란스 호텔에 도착했다. 주변엔 야자수가 열대의 세계에
온 우리를 반겨 주었다. 주변 벽화엔 바다 속 풍경을 원색으로 화려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복도 중간에 큰 횃불이 불타고 있어 바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들어가자 거대한 수족관이 우리를 맞이했다. 수족관에 여러 가지
이름 모를 고기들이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상어, 가오리, 돔 같은 고기 등등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틀란티스 같은 유적들이 바닥에 쓰러져서 인간의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
티스를 재현하고 있었다. 두바이의 상상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팜 아일랜드(주메이라 팜)에 아틀란티스 호텔과 아틀란티스 수족관을 만든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인지.......
아틀란티스 호텔 내부는 조개무늬의 기둥과 거대한 조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분수와
그 가운데서 돌아가는 진주바위 등의 멋진 장식에 놀랐다. 그 안쪽에 아틀란티스 제국의
왕이 앉던 의자에 앉아서 잠시 잊혀진 대륙의 왕이 되어 사진 한 컷을 찍었다. 아틀란티스
호텔 복도 위 지붕엔 간간이 창문을 설치하여 바다 속에 햇빛을 선사해 물 속에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옆에 더 월드라는 인공 섬을 못 본 것이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지도 모양의
인공 섬은 버즈 알 아랍호텔과 주메이라 팜 너머 더 깊은 바다에 만들었는데, 우리 나라
모양의 섬은 이미 팔렸다고 하는데, 누가 샀는지는 비밀이라고 한다.
다음은 최근에 새로 지은 828M의 최고 최고의 건물인 버즈 칼리파(부르즈 할리파)를
보러 갔다. 현대의 바벨탑이라고 불리는 버즈 칼리파의 원래 이름은 버즈 두바이였다고
한다. 두바이의 탑이라는 의미인데, 동생이 너무 무리해서 세계 최고를 희망하다가
경제 위기를 맞게 되자, 어마어마한 부자인 아부다비 형이 도움을 주어서 형의 이름을
따서 버즈 칼리파로 개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멀리서 보니 그 위용은 정말 대단했다.
사막에 바벨탑을 세웠는데, 뱀 가죽처럼 은색의 반짝 반짝 빛나는 건물을 보면서
정말 벤허라는 영화감독 윌리엄 와일러 처럼, 오,하나님! 이 영화를 정말 제가
만들었습니까? 이 건물을 지은 사람도 오 신이시여 제가 정녕 이 바벨탑을 만들었단
말입니까? 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버즈 칼리파는 총 160층으로 124층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를 올라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앞에는 예쁜 여자 안내원이 상큼한 미소를 머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은 21C의 흥겨운 테크노 음악과 더불어 주변이 밤하늘처럼 계속 바뀌면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드디어 전망대에서 올랐는데 AT THE TOP이라는
선명한 간판이 우리를 사막의 바벨탑 아니 세계의 바벨탑에 온 것을 환영해 주었다.
아마도 한국 관광객 중에서 우리가 이 바벨탑을 오른 열 손 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망대에서 본 두바이의 풍경은 아직도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여기 저기 건설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어느 전망대에서 본 풍경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세계의 탑에 올랐다는 자부심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쇼핑몰에서
세계 최고의 실내폭포를 보았는데, 폭포 위에서 힘차게 하강하는 사람의 형상에 경이로운
기분을 느꼈다. 그 후 세계에서 제일 큰 수족관을 보았는데, 수족관 유리가 가장 크다고
한다. 더 이상 크게 만들면 유리가 수압을 못 이겨 깨진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쇼핑몰을 빠져 나와 분수 쇼를 보았는데, 시원한 분수 쇼는 사막의 더위를
한 순간에 잊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인생을 리모델링하고 싶은 이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고픈 사람이나,
권력의 힘이 아닌 자본의 힘을 보고픈 이는 아랍인중 베두인 족이 척박한 사막의 땅을
기적의 신기루로 바꾸어 놓은 두바이에 반드시 가보기를 권한다.
두바이의 꿈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5 년 전에 보았던 두바이가 상상초월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면 지금의 두바이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두바이로 볼 수 있다.
비록 형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좋은 형을 둔 두바이.......
내 이름은 두바이!
두바이라 불러다오!
아직도 내 이름은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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