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신비감이 있다.
여행을 통해 우린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작은 냇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루고, 大海를 이룬다. 한 줌의 흙이 모여 큰 산을
이루 듯, 우리네 일상의 작은 일들이 한 없이 소중한 것이다.
성공은 하루 하루 작은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처럼,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로마처럼 ......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미래의 행복을 꿈꾸기 위해선 잠시 현실을 덮어두고,
엘도라도 같은 떠남의 세계로 항해하자. 떠나 보아야만 새로운 사람과 풍경을,
낯선 기후와 풍습을 만나고, 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다.
또 돌아와서 내 나라, 내 고향의 소중함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시리아는 유프라테스 강과 오론테스 강을 가진 국가이면서 예전에 강력했던
앗시리아 왕국이기도 하다.
시리아에서 첫 날은 팔미라라는 도시였다. 입구에 가게 앞에는 우리 나라
곶감처럼 많은 대추야자열매를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아 말리고 있었다.
팔미라는 팜나무가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먼저 간 곳은 이집트의 왕가의 계곡처럼 계곡 주변에 무덤을 탑처럼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허물어지고, 한 두 개만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관리인이 와서 열쇠로 자물쇠를 열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실내로 들어서자
정교하게 돌로 깎아 기둥을 만들고, 여러 가지 조각을 해 놓아 그 시대의 예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4층 정도 되는데, APT형 무덤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당시 권력자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인간의 두뇌는 수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 그 후 지하에 묻힌 무덤을 보러 갔는데, 이집트와 비슷했다.
내부의 여러 가지 석재로 관을 만들고, 벽화가 그려져 있어 보존 상태가 아주
양호한 것 같다. 그 후, 시리아의 문화적 자존심인 팔미라로 갔다.
팔미라는 고대 상업도시이자, 사막의 꽃이라 불린다고 한다.
로마시절 아랍인들이 사막에 세웠던 무역거점 지역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
오아시스였다고 보면 된다.
바람과 모래 만이 살아 숨쉬는 황량한 사막에서 그 오랜 세월동안 굳건히
살아남은 전설의 도시이다. 도시로 들어서자 대열주가 들어서는 길목에
로마제국 오현제 중 한사람인 위대한 황제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개선문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로마의 위대함을 노래하고 있었다. 제위에 있을 때
제국의 영토를 순행하면서 아주 바쁘게 살았던 황제였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일화를 살펴 보면
어느 날 하드리아누스가 신전으로 제사를 지내러 가는데, 한 여자가 황제에게
무언가를 물어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가 황제를 불렀다. 그러나, 황제는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그 여자가 황제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러면 당신은 통치할 자격이 없습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다시 발길을 돌려
그 여자의 청원을 들어 주었다 한다.
황제직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시 내부로 들어서자, 제물을 바쳤던 제단 흔적이 남아있고, 건물 기둥
벽면에 포도와 여러 가지 식물들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신전 천정엔
여러 가지 문양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는데 진짜 식물처럼 정교했다.
상인들과 낙타들이 출입하는 문이 나 있는 건물 입구를 지나서 원형경기장에
들어섰다. 원형 경기장이 아주 예쁘게 잘 보존 되어 있었다. 일행들은 저마다의
노래자랑을 하면서 팔미라의 재미를 흠뻑 즐겼다. 팔미라라는 도시는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이어서 우린 일부만 본 것이다. 중간지점에 교차로가 있는데,
네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탑이 동서남북 네 방향에 각각 세워져 있어 상인들의
이정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동서양의 문화와 교역을 담당했던 팔미라가
가장 아름다운 로마 건축물을 사막에 세운 역사의 현장에서 세계인을 지향했던
로마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로마와 페르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팔미라는 로마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와
오리엔트 여왕인 제노비아 여왕의 대결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신들(로마는 다신교이므로)은 항상 로마에게 미소 짓는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는 제노비아를 이탈리아로 압송하고, 팔미라 사람들에겐
벌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팔미라 사람들은 다시 반란을 일으킨다.
이에 아우렐리아누스 황제는 팔미라인들을 완전히 초토화 시켜 팔미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식당으로 이동해서 게눈 감추듯 요리를 먹고, 후식으로
여러 가지 과일로 배를 채우고 버스에 오르자 졸음이 쉼 없이 몰려 왔다.
차에서 곤한 잠을 자다가 일어나 보니 사막 중간에 낯선 건물이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나타났다. 팔미라와 다마스쿠스 중간에 있는 '바그다드 카페 66' 이라는
카페였다. 여기서 팔미라와 다마스쿠스 그리고 이라크로 길이 나뉘는 분기점
이라고 해서 이름지어 졌다고 하는데, 사막의 오아시스보다 더 반가운 카페였다.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카페라니?
실내로 들어서자, 주인이 아주 반갑게 환대해주었다.
실내 벽에는 원색의 예술작품이 화가의 작업실처럼 벽에 걸려 있었고,
그 너머로 들어서자, 따뜻한 차와 물 담배 등을 팔고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한 기념품도 팔고 있었다. 건물 왼편엔 말을 잃은 마차가 나무 한 그루와 더불어
거친 사막에 외로이 있는데, 미국 서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었다.
이병헌이 출연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나온 사막과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그 너머엔 베두인 천막(주거지)이 있었고, 바람과 모래만 있는 사막에 베두인 복장의
허수아비가 있었다.
바로 옆엔 베두인 족 여인이 약간 현대화된 벽돌 집 내부를 보여 주었다.
우리는 구경하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왔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황량한
사막과 대비를 이뤄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바람은 몹시 세게 불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시리아 사막 한 가운데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이런 것이 진짜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말룰라란 도시로 이동했는데, 바위 산 속에 굴을 뚫어 수도한 테클라 성녀
수도원과 로마군인이었던 성 세르기우스 성당을 방문했다.
예전 예수님이 아람어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 성당에선 신부가 주기도문을
아람어로 바꿔서 기도했다.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말씀 중에 아람어를 예로 들면
"엘리 엘리 라마 사막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이다.
다음 날 상쾌한 기분으로 다마스쿠스 관광에 나섰다.
먼저 아나니아 교회에 갔다. 사도 바울에게 안수했던 집사 아나니아 교회라고 한다.
그 후, 시리아 고고학 박물관을 갔는데, 입구에 사자와 산양이 사이 좋게 노니는
조각상이 벽면에 있었다. 박물관 내부에 다양한 문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음은 우마야드 모스크에 갔는데, 시원스럽게 펼쳐진 정방형의 대리석 바닥은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인도에 처음 갔을 때 보았던 모스크를 보는
기분이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바닥에 붉은 색 카펫이 바닥에 깔려 있는데,
따뜻했다. 마치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시리아인들처럼......
내부 모자이크와 스테인드글라스는 화려하면서도 엄숙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모스크 내부에 세례요한 목무덤 교회가 있었는데,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절을 하고 있었다.
우마이야 모스크나 이탈리아의 만신전이나 경건한 기분이 들었다.
신이 거하기에 딱 맞는 장소라 생각된다.
그 후, 경건한 곳을 나오자 광장에서 수 많은 새들이 평화롭게 비상하고 있었다.
하미디예 재래 시장을 둘러 보았는데, 시리아인들은 친절하고 우리 나라 시장과
같은 분위기였다. 모스크와 시장을 나와 도로 변으로 나오자,십자군을 쫓아낸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의 말을 탄 동상이 아주 멋지게 서 있었다.
살아 있었다면 시리아에 온 기념으로 싸인이라도 받고 싶었는데.......
우리 나라도 이순신 장군상을 좀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멋지게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구려 광개토대帝, 연개소문, 양만춘, 고려의 강감찬, 신라의 장보고 동상
등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나중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자명한 역사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보스라로 이동했다. 먼저 간 곳은 원형 경기장인데, 팔미라와 비슷하게
일행들의 생음악으로 노래 자랑이 펼쳐졌다. 보스라의 원형 경기장은 어마어마
하게 컸다. 보스라 원형 경기장에 놀러 온 친절한 시리아 가족과 사진을 찍고,
시리아 여행을 마무리 했다.
시리아 사람들의 친절함, 제노비아의 팔미라, 신성한 우마야드 모스크,
살라딘의 역동적인 동상, 보스라의 거대한 원형경기장, 다마스쿠스 시내
도로에 넘쳐 나는 현대, 기아자동차들이 시리아의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슈크란~~!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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